2009 4월 싱글즈 신혜성 아직 못 다한 이야기
한때 모든 방송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흥행수표가 신화였던 적이 있다. 무대에서는 브라운관이 뚫어질 듯 거친 눈빛을 쏘아대며 테스토스테론이 흠뻑 담긴 의자춤을 추던 그들이 버라이어티에서는 제대로 웃기고 철저하게 망가지고, 때론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신화가 버라이어티를 통해 안정적인 인기를 얻고 멤버 각자가 개별 활동을 하며 서서히 스펙트럼을 넓혀나간 것은 당시로선 꽤나 파격적이다.
신화가 버라이어티형 아이돌의 포문을 열어가면서 멤버들의 넘치는 끼를 보여주는 사이, 신화이되 가장 신화답지 않던 멤버, 신혜성은 다른 멤버들과는 유독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왔다. 물론 그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에 나와 꽃게춤과 돌려차기 등 유쾌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와 코미디 혹은 예능에 눈을 돌린 다른 멤버와 달리 그룹의 메인 보컬이었던 신혜성은 오로지 솔로 가수로의 변신만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에 대해 갖고 있는 대중의 편견’이라는 부담과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팬들의 지원 사격’이라는 양날의 검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다.
싱글 앨범이 대세인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그의 앨범은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온전한 스토리가 있는, 마치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손수 노래를 선곡해 테이프나 CD에 녹음해주었던 경험이 있는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팬들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보다 완성도 있는, 남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어느 한 곡 버릴 것 없는 앨범을 내고 싶은 그의 욕심이 만든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신혜성의 솔로 데뷔는 꽤나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신화 멤버인 것은 알지만 신혜성인 것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노래 정말 잘한다, 목소리 좋다’는 찬사를 불러냈고,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 그의 음반을 예약 1위로 만드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팬들에게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우리 오빠’라는 반응을 이끌어냈으니까. 아이돌 팬들의 무조건적인 구매력을 딛고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 신혜성은 ‘신혜성표 발라드’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어느새 3집을 낸(게다가 더블 앨범이다) 어엿한 솔로 가수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지금 그의 자리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혜성 씨가 여전히 아이돌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홈페이지에 질문이 참 많이 올라오더라. 당신에게 신화란, 그리고 팬이란 어떤 존재인가? 신화는 나에게 집 같은, 고향 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각자 활동을 하거나 군대에 간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게 밖에서 열심히 일하다 집에 가서 따뜻한 밥을 먹고 쉬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지 않나. 그렇게 서로 모이면 너무 좋고 비로소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팬들은 우리의 울타리, 혹은 식구 같은 존재이고.
신화 멤버로서의 신혜성과 솔로로서의 신혜성, 무엇이 가장 다르던가?
음, 일단 음악 장르가 다르니까. 신화에서는 파워풀한 안무를 추면서 강한 눈빛을 쏘아대는 센 노래들을 불렀다면 지금은 주로 발라드를 부르니 조금 더 부드럽고 애절한 감성을 표현하려고 한다.
신화와 S는 친한가? 다 같이 많이 어울리는 편인가? 요즘엔 강타도 군대 가 있고 멤버들도 다들 군대에 있어 만날 기회가 없지만, 강타나 지훈이 만날 때나 멤버들 모일 때 다 같이 편하게 보곤 한다. 자주 같이 놀기도 하고.
군대 간 강타 씨와는 자주 연락을 하나? 물론이다. 얼마 전에 휴가 나와서 얼굴 봤다.
사람들이 강타와 혜성 씨와의 관계를 궁금해한다. 어떻게 보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랑 강타랑? 왜 그렇게 생각하지?
H.O.T랑 신화의 메인 보컬이었잖나. 아, 근데 그게 참 예전 일이라서. 하긴 어떻게 보면 같은 아이돌 출신의 발라드 가수라는 면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강타 씨와는 어떻게 친하게 되었는지, 그렇게 친한데 어째서 혜성 씨 앨범에 강타 씨의 곡은 단 한 곡도 없나? 데뷔하고 맨 처음 친해진 연예인이 지훈이었는데, 지훈이랑 강타랑 정말 친한 사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 거다. 멤버들과 만난 기간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10년 넘게 만난 친구들이다. 그리고 사실 나의 앨범에는 강타뿐 아니라 친한 모든 사람의 곡이나 피처링이 전혀 없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닌데 처음에 솔로 앨범을 내면서 기존의 신화나 S의 모습이 아닌 딱 나 혼자만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솔로로 경력이 쌓여 좀 여유가 생기면 언제든 같이 작업할 수 있다.
그럼 팬들이 원한다면 S도 계속 이어갈 계획인가? S도 참 프리하게 시작한 작업이라서. 서로 하는 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추구하는 음악은 같아서, 서로 좋아하는 노래가 비슷하고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껴서 만든 자유로운 그룹이니까 언젠가는 할 수 있겠다. 사실 강타가 군대 가기 전에 냈으면 좋았을 텐데 따로 활동을 하다보니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다. 강타가 제대하고 나서야 또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3집은 더블 앨범이다. SIDE 1과 2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혜성 씨는 어느 쪽이 더 만족스럽나? 팬들의 반응은 늘 변함없이 같다. SIDE 1은 ‘색다른 시도다’ ‘절대 이상하지 않다’ ‘이런 시도, 언제든 환영이다’는 반응이었고. 이번에는 ‘역시 발라드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다. 아, 물론 정확히 팬들이 이야기한 것만 들은 거다. 악플이나 이런 거는 빼고. 팬들이 그렇게 생각해주는 분위기여서 참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SIDE 1 때 팬들의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런 새로운 시도에 대한 팬들의 격려와 믿음이 좋았다. 굳이 우위를 따지자면.
혜성 씨에게는 발라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그걸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장르나 혼자 춤추면서 노래하는 것은 조금 어색하다.
너무 많이 들었겠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어떤 건가? 아, 정말 다 좋아서 고를 수가 없다. 앨범 낼 때마다 ‘어느 한 곡 버릴 것이 없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가수라면 누구나 그러겠지만. 요즘에는 싱글이 많이 나오는데 굳이 정규 앨범, 곡 많이 담아서 내는 것도 그런 욕심이다.
앨범 수가 늘어갈수록 감성에 깊이가 느껴진다.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끌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한 곡 한 곡을 녹음할 때마다 가사와 멜로디 라인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워낙 이별한 지 오래되어 저절로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혹시 리메이크 앨범을 낸다면 부르고 싶은 곡이 있나? 솔로로 한번 내보고 싶기는 하다.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데, 굳이 한 명을 뽑으라면 누구를 꼽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팬 중 한 분이 박정현 씨 노래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라. 여자분 노래도 재밌다. 전에 이승기가 여자 가수 노래만 리메이크해서 낸 적이 있는데, 사실 그게 승기가 나오기 전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거다. 진짜로.(웃음) 그때가 한창 리메이크 앨범이 많이 나오던 시기였는데, 혼자 생각으로 ‘나도 발라드이고, 보컬도 약간 감성적인 느낌이 있으니, 그럼 여자 노래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승기가 딱 나오더라. ‘아, 이거 뺏겼다’ 싶었다. (웃음) 그래서 다시 생각한 게 남자 가수들 중 임재범 씨 같은 엄청 허스키하신 분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굉장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바꿔 부르면 어떨까도 생각해봤다. 리메이크를 하더라도 뭔가 좀 재미있는 걸 하고 싶긴 하다.
요즘에 즐겨 부르는 다른 노래가 있나? 요즘은 대부분 내 노래를 듣는다. 아니면 후배들이 방송국에서 사인 CD 주는 것들.
브라운관 속 혜성 씨는 어린 왕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다. 일상 속 혜성 씨는 어떤 스타일의 남자인가? 서른한 살의 보통 남자들은 재테크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집에서는 형광등을 간다. 이런 평범한 것들을 해본 적이 있나? 사실, 나도 어린 왕자 이미지 별로다. 이제 어리지 않다. 재테크는 주식은 해봤는데, 안 맞는 것 같아 지금은 안 한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조용하고 섬세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안 그렇다.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의 난 많이 다른 것 같다. 털털할 때도 있고, 과묵할 때도 있고, 아니면 진짜 장난스러운 모습도 많다.
11년차 연예인. 오랫동안 스타로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들이 부러울 때는 없나? 아니다. 오늘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오히려 난 반대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스태프들이 다들 알아서 챙겨주면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연예인 티 내면서 다니는 거 정말 별로라고 생각해서 평소에도 최대한 수수하게 최대한 가리면서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나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의상을 가져오고 메이크업도 따로 해주고 그러니까 엄청 좋다.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는구나. 나도 연예인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앤디 씨가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었지 않나. 만약 혜성 씨가 <우결>을 찍는다면 누구와 파트너를 하고 싶나? 아무나 다 괜찮다.(웃음) 근데 그게 리얼이니까 아무래도 내가 마음에 드는 분이랑 하긴 해야 재밌을 것 같긴 하다. 근데 이름을 대기에는….
음, 소녀시대? 너무 어리다.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여성적이고 가정적인 분과 하고 싶다. 잘 생각해보라.
누~구? 이상형은 여성스러운 스타일인가? 정말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분.
혹시 친하게 지내는 게이머가 있나? 홍진호랑 친한데,진호도 군대 갔다. 전에 진호랑 다섯 판 해서 세 판 이긴 적 있다. 대박이다! 프로게이머를 이겼으니. MBC 게임 히어로라는 프로팀 게이머들하고 친한 편이다. 서경종, 민찬기, 보성이… 엄청 많다. 경종이랑 조금 더 많이 연락한다.
인맥이 다 이쪽인가 보다. 사실 게이머 친구들은 다 동생들이라 아주 깊은 우정, 뭐 그런 건 아니다.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친해진 거지. 요즘은 잘 안 한다.
언제 제일 심심하고 외롭다고 느끼나? 일 안 할 때는 좀 심심하다. 애들을 만나도. 나름 인맥을 넓히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매일 보는 사람만 보고 가는 곳도 정해져 있으니까 심심하다.
전에 김동완 씨가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을 만나서 웃다보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막 패주고 싶다. 스스로 싫은 면은 겁이 나는 어떤 부분에 대해 친화적으로 접근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버리는 점이다’ 라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환경친화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싫다고 했다.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의 고집을 포기하는 그런 면이 참 별로라고. 혜성 씨는 어떤가? 난 오히려 그렇게 되고 싶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데뷔 초에는 정말 심했다. 모르는 사람이 있는 곳엔 어디 가지를 못 하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있으려고 하고. 가령 밥 한 번 먹으려면 서너 군데 음식점을 도는 게 기본이었다. 가서 슬쩍 봐서 사람 없는 곳을 찾는 거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괜히 그냥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그래서 난 동완이와 반대로 계속 그렇게 하려고 한다. 전에는 딱 내 사람 몇 명만 챙기고 다른 사람은 상관도 안 했지만, 동완이 말대로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안 좋아 보이지 않게’ 난 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문자도 잘 못 보내는 성격이라던데. 못 보내는 게 아니라 잘 안 온다.(웃음) 그래서 먼저 보내기 민망하고 그런 거다. 상대가 ‘내가 오버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같은 게 있다. 후배나 친구들 보면 ‘아, 형님 뭐하세요?’ ‘야, 뭐하냐, 잘 지내냐’ 뭐 이렇게들 잘들 하는데, 난 그게 잘 안 된다.
외모든 성격이든 본인의 좀 달라졌으면 하는 면이 있나? 턱이 좀 각지게 생겼으면 좋겠다. 광대뼈 좀 튀어나오고. 남성적인 이미지? 잘생기고 싶다. 성격은 굉장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사교적이면 좋을 것 같다. 맘 같아서는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하려면 잘 안 된다.
혹시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한 적 있나? 단 한 번도 없다.
11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괴로웠던 순간을 하나씩만 꼽는다면? 아, 질문이 너무 어렵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신화 대상 탔을 때? 굉장히 감격적이었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사실 힘들었던 순간이 너무너무 많아서. 신화만 생각하면 멤버들이 다쳤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전에 진이가 머리 다쳐서 정말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민우도 공연하다가 떨어지고. 그때 정말 아찔했다.
솔로 가수 신혜성이 음악적으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앞으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라이벌을 꼽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닮고 싶은 분들은 있다. 늘 말씀드리는 이승철, 신승훈, 이승환 선배님처럼 꾸준히 오랫동안 노래하고 공연하고 사랑받는 그런 분들. 그런 분들을 닮아가는 게 나의 목표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가지도 못했던 수줍은 한 소년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필요성을 느끼고 노력하는 모습,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식적인 노력들, 여기에 좀 더 완성도 있고 독창적인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치열한 욕심들까지. 그건 11년간 최고의 아이돌 멤버였던 가수에게선 보기 힘든 애티튜드다.
그는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가수다.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한눈팔지 않고 한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 안에서 눈에 띄는 음악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은 그가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곁에는 스무 살 때부터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팬’이라는 단단한 울타리가 있으니, 이만하면 그는 행복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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