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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옹이

풀때기요정 2016. 11. 28. 00:50

 

 

어느 순간부터,

길냥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나의 '냥레이더가 가동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어김없이 나의 냥레이더에 고양이들이 들어온다

 

나는, 걱정이 되고 안쓰럽고 귀여운 마음으로

냥이들을 찾지만, 

그것이 고양이들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바람이 매섭고, 추운 겨울에는

내 알량한 동정심으로 고양이들이 걱정되고 불쌍하고 그렇다

 

오늘도 그렇게 한 고양이를 보았다

삼색이.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왠지 서글픈 눈으로 지나가는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조금은 멀찌감치 떨어져 키를 낮추고 바라보았다

야옹이는 기지개를 쭉 펴면서

한 발짝 내 앞으로 다가왔고

나도 한발짝 다가갔다

 

그냥 그렇게 주저앉아 보고 있는데

고양이가 또 앞발을 쭉 펴며 기지개를 펴고

바로 내 앞으로 와서 킁킁 거리길래

나도 손을 나즈막히 내밀었다

다행히 나를 의심하지 않는 듯 하다

 

그러자 고양이는 더 과감하게

내 무릎으로 파고들어온다

많이 추웠지. 응, 그래그래

근데 어쩌지, 먹을게 하나도 없네

미안해

그냥 그렇게 털을 어루만지고

쓰담쓰담 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와 잘못한 걸까.. 걱정이 된다


고양이 털이 너무 뽀얗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마치 목욕을 갖 마친 것처럼 깨끗했다

지나가는 한 아주머니가

엄마는 어디갔어, 하며 아는체를 해주신다

엄마가 있어 다행이다, 안심이 되었다

 

나는 고양이가 아프다

길냥이들은 그 자체가 일상이고 삶이겠지, 생각해보지만

그래도 이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맘이 쓰리다

그냥 그렇다

매일 돌볼 수 없으면 

차라리 손대지 않는게 나을 거라는 것도 안다

이 건방진 측은지심....

 

눈물이 맺힌다

겨울이 싫다

겨울은 북극과 남극에나 존재했으면 좋겠다

억지인 줄 알면서도

그냥 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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